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읽어보았던 책이다.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은 우리가 타인을 대할 때 진실, 투명성과 맥락에 대해서 중요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블로그에서는 이 세 가지 주제를 가지고 책 <타인의 해석>의 내용에 대하여 정리해 보고자 한다.
진실 :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오해
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을 볼 때 진실한 사람인가 거짓된 사람 인가로 판단해야 한다면, 진실한 사람이라는 쪽으로 판단한다. 이것을 이 책에서는 "진실기본값 이론"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들에게 매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이 책은 많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서 '쿠바의 여왕'이 등장한다. 쿠바의 여왕은 애나 몬테스라는 미 국방정보국의 고위 임원이었다. 몬테스는 높은 자리까지 진급할 정도로 신망이 두터웠으나, 결국 그녀는 쿠바의 스파이로 밝혀졌다. 그녀는 뛰어난 배우였던 것이다. 그리고 몇 년 간 실력 있는 정보국 직원들은 그녀가 스파이라는 사실도 알 수 없었다. 낯선 사람은 진실하다고 믿는,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오해가 그녀에게도 작용한 것이다. 이어서 버나드 메이도프라는 거액의 폰지사기를 저지른 인물에 대한 사례도 있다. 그는 마치 회사가 이익을 내는 것처럼 속여 여러 투자자와 금융기관을 속였다. 투자자들과 금융기관들은 이 낯선 메이도프가 하는 말들이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들의 돈을 투자했다. 결국 타인의 말이 거짓이라는 전제하에 그를 조사한 마코폴로스라는 사람에 의해 사기행각이 드러나게 되었고, 마코폴로스는 그러한 일을 한 대가로 메이도프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살았다고 한다. 먼저 진실기본값 이론이 적용이 되면 타인을 믿게 된다. 그런데 그 반대는 어떨까.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믿지 못한다면 말이다. 저자가 말하기를 그 경우는 더 나쁜 상황이다.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면, 가장 기본적인 사회의 기능부터 작동하지 않게 된다. 타인의 말을 전부 신뢰하지 않는다면, 약속, 거래 등이 이뤄지지 않는 세상이 될 테니, 저자는 진실기본값이 작동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고 있다.
투명성 : 모두가 자신의 마음을 투명하게 나타내는가
인간은 의사소통을 할 때 언어적, 비 언어적 방법을 모두 사용한다. 비 언어적 방법 중 하나가 표정이다. 그리고 내 기분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도 바로 얼굴에서 드러나는 표정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모두가 표정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투명하게 나타내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표정이라는 것이 과연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받아들여지는가 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등장한다. 찡그린 얼굴을 한 사진을 서로 지리적으로 떨어진 몇 개의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보여준 후 그 느낌을 물어보는 것이다. 놀랍게도 같은 사진을 본 사람들이 서로 다른 느낌으로 표정을 받아들였다. 이것은 타인을 해석할 때 모두 같은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챕터에서 또 다른 예 중 하나로 아만다 녹스가 등장한다. 그녀는 그녀의 룸메이트가 살해된 후 남들처럼 슬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려 8년간 억울하게 수감생활을 했다. 그녀는 조금 특이한 사람이었고, 슬픔을 남들과 똑같이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경찰, 수사관, 재판관, 대중들은 그녀가 나타내는 말과 행동을 통해 그녀가 전혀 슬퍼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이유로 아만다 녹스를 범인으로 몰았던 것이다. 결국 진범이 잡히고 그녀의 억울한 옥살이는 끝이 났지만, 이를 통해 낯선 타인의 행동이나 말이 그 마음을 투명하게 대변한다고 믿는 인간 심리를 알 수 있다. 아만다 녹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말미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신들은 내 눈동자에서 답을 찾으려 하고 있는데, 이건 내 눈일 뿐이다. 내 눈은 객관적인 증거가 아니다."
맥락 : 낯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빼놓지 말아야 할 것
낯선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맥락이다. 누구든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 데에는 계기와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요소는 환경이 될 수도 있고, 지역적인 위치가 될 수도 있고,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낯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빼놓지 말아야 할 "맥락"을 저자는 몇 가지 예시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영국의 일산화탄소 자살에 대한 내용이다. 산업혁명 이후 각 가정에 난방공급을 위해 영국은 도시가스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도시가스에 포함된 일산화탄소를 마시고 자살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매우 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다. 영국에 도시가스를 대신하여 천연가스가 보급되기 시작한 후부터 일산화탄소 중독을 극단적 선택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줄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 전체적인 자살률도 줄어들었다. 또 다른 예가 있다. 바로 금문교의 자살방지 구조물 설치다. 금문교에는 자살방지 구조물이 다리가 개통하고서 80년이 지난 이후에야 만들어졌는데, 그 이유는 그러한 선택을 할 사람들은 어디서든 그런 선택을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저자가 제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그 다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고자 한 사람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굉장히 작은 비중의 사람만이 이 다리 외의 다른 위치에서도 같은 시도를 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결정은 분명히 시대적 환경, 특정 장소와 관련이 있고, 이것을 통틀어 맥락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타인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분명히 잘못된 해석이 도출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마무리
이 책의 도입부에 샌드라 블랜드라는 흑인 여성이 2015년 7월 10일 텍사스에서 경찰에 체포된 후 며칠 뒤 유치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내용이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후반부로 이어지는데, 그 이야기로 이 블로그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1990년 범죄가 들끓었던 캔자스 시티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이 시점의 캔자스시티는 어느 지역을 기점으로 미국의 다른 지역들보다 몇 배가 넘는 범죄율과 높은 수의 강력범죄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었다. 경찰은 경찰력을 늘리고 순찰을 강화하면서 특정 지역에 집중해서 열성적으로 범죄를 줄이려고 노력했고, 그 노력은 성공적이었다. 그 이후 캔자스시티의 의 사례를 바탕으로 <범죄 순찰 전술>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경찰 단속의 경전처럼 받아들여졌다. "차량의 관리상태, 운전상태 등을 통해 의심스러운 차량을 색출할 것", "차량을 단속하면 질문을 통하여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할 것", "차량을 수색하면 총기를 발견할 확률이 높음", "총기를 발견하면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음". 이와 같이 경찰관이 상대방을 계속 밀어붙여 최종적으로는 범죄를 색출해 내기 위한 매뉴얼인 것이다. 다시 샌드라 블랜드 의 상황으로 돌아와 보자. 샌드라 블랜드는 1990년대 우범지대였던 캔자스시티에서 단속된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저녁이나 밤, 새벽시간도 아닌 오후 4시 16분이었으며, 그녀의 차량 안에는 의심할 만한 항목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경찰은 그녀를 위협으로 판단했다. 그 결과 그녀와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결국 체포하여 그녀가 안타깝게도 목숨을 끊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것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맥락의 중요성에 대한 가장 단적인 예가 아닌가 생각한다. 낯선 이를 상대할 때 시간과 장소가 주는 맥락에 대하여 고민했더라면 샌드라 블랜드 사건과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낯선 이를 대할 때 선입견과 오해는 최대한 멀리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경과 맥락을 고민한다면, 한결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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