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블로그에서는 지난번에 알아보았던 지급명령신청서 이후로 진행되는 과정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보통은 이 시점부터는 변호사와 계약하고 소송을 진행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이 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답변서(준비서면)는 왜 쓸까요.
2.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까요.
3. 답변서(준비서면) 잘 쓰는 법.
1. 답변서(준비서면)은 왜 쓸까요.
독자분들은 "재판"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영화에서 보는 변호사끼리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떠오르시거나, 얼마 전 종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에서처럼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해 하루 종일 사건에 대해 고심하면서 증거를 모아 재판을 준비하는 모습이 떠오르실 수 있겠네요. 물론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만, 아주 소수의 경우에만 그렇습니다. 보통은 제출된 서증(증거)를 가지고 판사가 내용을 판단하여 결론을 내립니다. 법정에서 질문이 오가기는 하지만 증인신청여부, 증거의 출처에 대한 것, 감정신청이 필요한 경우 그에 대한 것 등등 치열한 변론을 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말이죠.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재판은 이미 판례로 그 비슷한 사건들이 재판이 종료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판사는 판례를 참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답변서(준비서면)는 더 중요합니다. 우리가 사건에 대해서 판사에게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서류이기 때문입니다.
2.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까요.
먼저, 답변서와 준비서면의 차이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답변서는 원고의 제소장에 대하여 쓰는 피고의 첫번째 준비서면입니다. 그래서 사실 이 둘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답변서 이후에 제출하는 것은 원고, 피고 구별하지 않고 모두 준비서면이라고 합니다. 이 답변서(준비서면)에는 크게 육하원칙에 의하여 쓴다고 생각하면 거의 모든 내용을 잘 담을 수가 있습니다. 예시를 들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누가 : 원고와 피고를 정확하게 지정하여 처음 한번은 이름 혹은 회사(단체) 명을 밝혀 줍니다. 그 뒤로는 "원고는" "피고는"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2) 언제 : 소송을 하게 된 사건이 일어난 시간 혹은 날짜를 정확하게 기재하는 것입니다.
(3) 어디서 : 마찬가지로 장소가 있다면 장소를 기재합니다.
(4) 무엇을 : 소송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혹은 그 대상에 대해서 자세히 기술합니다.
(5) 왜 : 이것은 판단이 조금 필요한 부분이지만, 의외로 준비서면을 적을 때 조금더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원고나 피고가 어떠한 행위를 하게 된 동기를 적는 것이지요.
(6) 어떻게 :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결론을 적는 것입니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남았습니다. 바로 "서증"입니다. 저희가 증거라고 부르는 것을 준비서면에 서류 형태로 내면 "서증"이 됩니다. 재판에서는 원고가 제출한 서증을 "갑 제00 호증" 그리고 피고가 제출한 서증을 "을 제00 호증"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위에 서술한 글에 대하여 사실로 보이는 증거가 많을 수록 나의 주장은 법정에서 "사실"로 인정받습니다. 그리고 이 나에게 유리한 주장이 사실로 바뀌는 수가 많을수록 승소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어떤 것이라도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우리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가 많이 필요한 것입니다.
3. 준비서면 잘 쓰는 법
제일 많이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사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고 바로 변호사사무실로 달려가는 것입니다. 소장을 받으면 가장 먼저 가만히 읽어보시고, 쟁점이 무엇인지 먼저 스스로 판단해 보세요.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얼마를 달라는 것인지, 또는 상대방이 내게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를요. 소송을 제기하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무엇을 주장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모호한 답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래의 몇 가지 원칙을 지키면 잘 준비된 서면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첫째, 상대방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으로 모든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 것.
상대방의 제소장 혹은 답변서를 받으면,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누구나 당황합니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얼굴이 빨개지는 경우도 있겠죠. 그러다 보면 상대방이 쓴 글에 집중하게 되고, 어느샌가 하나하나 반박할 것만 생각하고 있게 됩니다. 나의 주장은 온데간데없고, 숙제를 하기 시작하는 거죠. 우선 상대방의 서면의 내용을 정리하고 먼저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먼저 씁니다. 상대방의 주장에 대하여 하나하나 따지는 것은 그다음에 적는 게 좋습니다.
둘째, 내가 주장하는 내용은 최대한 간결하게 쓸 것.
판사도 사람입니다. 우리가 글을 장황하고 쓸데없이 길게 적으면 읽다 지칠 수 있어요. 핵심만 간략하게 주장하는 글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문장은 짧게 쓰고, 중의적 해석이 불가능하도록 문장을 고치면 좋습니다. 물론, 이것은 한 번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시간을 두고 먼저 글을 쓴 후, 다시 읽어 내려가면서 글을 다듬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가능한 모든 주장에 뒷받침하는 증거를 낼 것.
내가 주장하는 바가 5개 있다고 가정하면, 그에 대한 증거를 최소한 5개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변호사와 함께 작성한다면 변호사가 이 증거에 대해서 법정에서 인정될지 아닐지를 미리 어느 정도는 판단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서 작성한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뒷받침한다고 생각하는 증거를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그냥 주장이 될 뿐이고 나의 근거 없는 주장은 상대방의 증거 한 장에 힘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넷째, 증인신청에는 최대한 신중할 것
준비서면과는 약간 다른 내용이지만, 필요할 것 같아서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내가 다른 증거가 없는 경우가 아니면 증인신청은 정말 신중하게 고려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증인에 대한 믿음이 100%라면 증인을 신청해도 되지만, 증인 또한 사람입니다. 증인의 증언은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 변호사의 질문에 혹시라도 나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만한 가능성이 있는지, 또는 인지하지 못한 채로 나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4. 마치며 (변호사 선임비용)
재판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입니다. 재판 없이 살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쁜 방법으로 나의 재산과 신변을 위협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변호사나 법무법인에 기대기도 어려운 상황일 때가 많습니다. 변호사 비용이 작지 않기 때문이지요.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경기/서울권 법무법인들은 일반적으로 소송가액이 소액(몇천만 원) 이더라도 착수금으로 500~60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합니다. 여기에 보통은 10% 정도가 성공보수(승소 시)로 지불됩니다. 소가가 1억이 넘어간다면 착수금은 천만원 이상으로도 책정됩니다. 착수금은 말 그대로 착수하는 금액이기 때문에 계약 시 일시불로 지급해야 합니다. 그러나 변호사 사무실에도 수많은 재판들이 있고, 내게 소중한 천만 원이지만 나는 그 재판의 의뢰인 중 하나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이 비용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나 자신이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작은 실수도 없이 재판을 하기 위해서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지, 모든 것을 대신해달라고 변호사에게 재판을 위임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물론 소속변호사를 고용하고 계시는 회사의 대표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저를 포함한 보통의 독자분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더 노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야 합니다. 자 그럼,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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